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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 투자본부장 정영훈 한때 한국 정치권에서 ‘100미터 미인’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일이 있다.100미터 정도 멀리 떨어져서 봤을 때는 미인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미인이 아니더라는 뜻으로,
훌륭한 인사로 생각하고 정부나 정당에서 영입을 했으나 막상 하는 것을 보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묘사할 때 썼던 표현이다. 브릭스(BRIC)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만 해도 브라질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분위기는 2008년 브라질의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 투자적격단계로 올라서면서 크게 달라졌고, 그 결과의 하나가 바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한국 등 해외기업의 브라질 진출이다. 당장 필자가 몸담고 있는 미래에셋증권만 해도 브라질에 첫발을 디딘 것이 2008년이었는데, 이는 사실 삼성이나 LG와 같은 한국 대기업에 비하면 10년 이상 늦게 브라질에 진출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회사가 2010년 증권업 인가를 받은 것이 아시아 증권사로서는 최초였음을 감안하면 아직 브라질의 문을 두드리지 않은 해외기업이 그만큼많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부터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을 직접 방문하여 브라질 현황에 대해 문의하는 한국계 기업이 부쩍 늘어났으니, 다른 나라 기업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임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이처럼 한국에서 찾아오신 분을 맞이할 때 필자를 비롯한 미래에셋 임직원들은 다소간의 곤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서른 시간 가까이 지구를 반바퀴 돌아 오신 분들은 당연히 큰 기대감을 갖고 브라질의 장미빛 청사진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내신다. 그러나, 어떤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아니, 부정적인 내용일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것을 정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전달해 드리는 것이 이분들께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기때문이다. 맨주먹에서 출발하여 브라질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고 이제 2세대에게 가업으로 물려주셨거나 물려주실 많은 교민분들께서는 브라질에서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필자에게 다소 상반된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한다. 하나는 아직 선진국 단계로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틈새가 있고 이런 틈새를 잘공략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씀인 반면, 다른 하나는 여러 가지 제도와 환경이 발목을 잡기 때문에 브라질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말씀이다. 둘 다 일리가 있지만 여기서는 후자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왜 브라질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힘든 것일까? 사업하는 데 평탄일로만 펼쳐져 있는 나라는세상 어디에도 없겠으나 브라질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 세 가지만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금이 무겁고 복잡하다. 하나만 예를 들겠다. 브라질에 진출한 유럽계 모 은행에는 매일 매일 영업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계산하는 직원만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앉아서 하는 것은 각자 담당하는 세목 별로 예정 세액을 계산하는 일인데,50여 명이 꼬박 매달려야 할 정도로 세금의 내용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순이익 뿐만 아니라 매출 자체에 대해서도 과세되는 전 세계에서 둘 뿐인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브라질이라는 사실,34%라는 높은 법인세(그것도미래에셋증권 같은 금융회사는 6% 더 높은 40%이다)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프지만, 세금으로 머리 아플 일은 더 많은 셈이다. 둘째, ‘사람을 쓰는’ 것이 만만치 않다. 요컨대 고용/노동 이슈인데, 우선 정규 급여 외에 각종 조세, 준조세 성격으로 회사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급여의 70%에 달한다. 직원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분명 100이지만 실제 비용은 170으로 둔갑술(?)을 펼치니 어안이 벙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직원들이 제 발로 퇴사한 다음에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다반사인데다 회사가 나름대로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더라도 패소활 확률이제법 높으니, 이쯤 되면 가히 점입가경이라 할 만하다. 셋째, 인프라에 대한 아쉬움이다. 도로의 노후화, 철도운송망의 부족, 기간시설 공사의 계속된 지연과 같이 눈에 보이는 인프라에도 아쉬움이 있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컨테이너 통째로 도난당하는 건 이제 그러려니 한다’는 모 한국기업 관계자의 푸념처럼 즉 치안이 완벽하지 못한 것은 때로는 브라질에 있는 것 자체를 불안하게 만들곤 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브라질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께는 새로운 것이 아닐 터이나, 한국에서 오신 분들께는 새로움을 넘어선 충격이 되곤 한다. 왜냐하면, 이제 한국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의 비즈니스 경험이 축적된 기업들이 많아진 탓에 브라질의 이러한 면면들을 접하면 제도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에 비해 아무래도 상대적인 아쉬움을 더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러할진대 선진국의 기업들은 더욱 민감할 수 있겠고, 그래서일까, 내노라하는 미국의 자산운용사들 중에는 유독 브라질에서 현지법인을설치하지 않은 회사들이 꽤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예사로이 넘길 수 없는 대목이며, 브라질 정부가 제 2차 경제성장촉진계획(PAC) 의 주요 과제로 조세제도와 인프라를 지목한 것도 다 이런 현실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브라질은 정말 ‘100미터 미인’인 것인가? 아니다. 브라질은 1미터 앞에서 봐도, 그보다 더 가까이에서 봐도 예쁜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즈음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금융위기의 징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해외투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 다만, 브라질은 투자처로서는 매력적이지만 시장 진출은 사뭇 다른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그저 돈을 가져다가 투자만 한다면 모르되 기존 회사들 틈바구니에서 경쟁하며 사업을 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라는 의미다. 별개의 이야기에는 별개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법. 필자의 희망 섞인 소견을 ‘감히’ 말씀드린다면 그건 바로 인내심이 아닐까 한다. 필자의 해묵은 미인비유로는 이쯤 되리라. 브라질은 100미터 미인이 아니라 진짜 미인이 맞다. 하지만, 아직 소녀 티를 채 털어내지 못했다. 성숙한 여인이 될 때까지 인내심을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숙해진 다음에 사귀면 될 것 아닌가? 미리부터 시간낭비하지 말고”라고 반문하는 분이 계실 텐데, 그렇다. 정말 여인이라면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마따나 미리부터 곁을 지켰다 해서 유리(?)하다고 장담할 순 없으리라. 그러나, 브라질은 여인이 아니다. 하나의 나라이고, 시장이지 않은가. 그 좋은 예가 바로 LG와 삼성이 아닐까.
90년대 말, 2000년대 초 경제위기의 틈바구니속에서 소니 (Sony) 등이 브라질을 빠져나갔음에도 묵묵히 브라질을 지킨 이들 기업들의 인내심이 브라질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데 밑거름이되었듯이, 미래에셋 또한 이즈음의 급변하는 금융환경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브라질에서의 입지를 넓히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브라질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확신에 달라진 것이 없어서이고, 브라질이 우리의 인내심과 호의를 기억해 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임을 알고 있으므로. 

